겨울 시골살이
시골에 사는건 때로는 불편함을 동반합니다.
겨울만 되면 수도에 물을 조금씩 틀어 두어야 하고
만약 물을 사용하고 깜빡하는 날엔
옆지기가 발견하면 잔소리 백배요
서로 못 보면 꽁~하고 얼어 하루 이틀은 고생해야 합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며 아주 아주 추웠던 며칠전
그날도 당연히 물은 틀어 놓은 상태인데 고드름이 되었더라구요.
그리고 다른때와는 달리 녹을 생각을 안 합니다.
여기 저기 받아 놓은 물을 이용해
아침과 점심은 라면,떡국,곰국 쉬운 음식으로 해 먹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주로 외식으로 해결을 했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받아 놓은물이 바닥이 보입니다.
대책을 연구해 봅니다.
집앞 계곡도 물이 안 보일만큼 얼음으로 덮었는데 며칠사이 그 얼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바로 집밑은 절대로 얼지 않습니다.
그곳은 샘물이 고인곳이라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여
옛날 동네 우물이 되었었다고 합니다.
옆지기 낚시할 때 사용하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 올립니다.
그리고 밀린 설겆이를 하고
설겆이 하는 내내 수도 콸콸 틀어 놓고 맘껏 사용했던 물에 대한 귀함도 느낍니다.
그리고 찻물과 먹을물 그리고 설겆이 헹굼을 위해
옆지기가 용천사에서 물을 받아 옵니다.
사람은 어찌 되었건 다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나 봅니다.
불편함이 많지만
이러고 저러고 살아가는 시골살이 입니다.
두레박으로 물 길러
화장실 청소에 설겆이에 왔다 갔다 바쁜데
새 한마리가 베란다에 들어왔습니다.
양쪽 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죽는다 얼른 나가라고 지나갈 때마다 이야기 해 줍니다.
얼마전 새 한마리가 베란다에 들어와 죽어 있었거던요.
그런데 일이 끝날때 까지도 안 나가고 기다립니다.
그래서 잠시 일을 멈추고
새와 놀아 봅니다.
물론 한참후 갈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이 얼음이 녹을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옆지기는 따뜻하기 시작한 어제 오늘 물을 나오게 해야 한다며
온 집안 보일러는 다 돌리고
화장실과 베란다 수도에 바짝 히터를 틀어 둡니다.
덕분에 온집안이 후끈후끈합니다.
늘 기름 아낀다고 춥게 살아가는데 물 안 나오는 덕분에 호강하고 있습니다.
컴 하는 손도 안 시려우니 이렇게 글 적기도 하고...
그렇게 씻고 닦고 하니
맘이 개운합니다.
창에 햇살이 가득 들어 옵니다.
그 창에 앉아 바늘을 잡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인연으로 하루를 만들어 갈까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