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동안
난 혼자 내연산을 갔다.
내연산 12폭포를 가고 싶었으나
4시간 30분 걸린다고 해서 포기하고
2.7km 거리인 연산폭포까지 가기로 했다.
보경사는 내려오면서 들리기로 하고
오솔길 옆 흐르는 물소리는 귀에 익은듯 정겹고
세찬 물길 보또랑 따라 걷는 오솔길도 참 좋았다.
한참을 좋아라 하며 가다 보니
인적이 없다.
왠지 어찌 올라가지 무서움이 밀려왔다.
잠시 서성이며 그러고 있으니
정다운 부부가 지나간다.
뒤따라 가면 되겠구나 했는데
운동을 나온건지 발걸음이 빨라
물보며 산보며 나무보며 거니는 난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오가는 이들이 보였다.
괜한 걱정이었다. 오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많던지
오솔길이 다져지기 바쁜듯 했다.
쌍생폭포라 기억이 된다.
이름이 뭐가 중요하랴
두 물줄기가 주는 감동만이 내 가슴에 오래 남을듯..
숨은듯 흐르는 폭포
맘 같아서는 물속에 들어가 바위 뒤에 숨은 폭포의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한참이나 기다려서
겨우 찍게 된 사람없는 돌계단
그 아래 떨어지는 폭포는 보이지 않지만
암벽에 자라는 나무들의 어우러짐은
바라보는 맘을 울렁이게 한다.
참 잘 왔다 싶다.
혼자 오르는 산행길이 이리 좋을줄이야
관음폭포
여기에 와서 쑥쑥 들어간 구멍을 보니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언제였을까....도대체 누구와 언제 왔는지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분명 오기는 왔던것 같다.
이 건망증을 어이할꼬
관음폭포 위 다리를 건느면 힘찬 연산폭포를 만난다.
철다리..시멘트다리....
구경하기 위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겠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면
그냥 그런 목마른 생각들이 든다.
연산폭포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가면
저 나무는 아프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으로 거니는데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오르는 아저씨....기분좋게 한잔 하신 모양이다.
얼씨구~~장단 맞추어 노래를 부르시는데
내려가는 아짐씨...얼씨구~~~좋다~~장단 맞추어 답가를 부르신다.
웃고 떠드는 그들의 소리가
왠지 그리움으로 맘에 머문다.
다시 만난 쌍생폭포에서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니 발이 시렵다.
사람들이 이 백구두에 관심을 보였다.
허긴...등산화 신고 오르는 이들 눈엔 시원잖아 보였겠지만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을 고스란히 느끼며 걷는 고무신의 매력을 어찌 알리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만큼
내 가슴에 감동도 송글송글 맺힌 산행이었다.
기분좋게 돌아오니
멀리서 나를 보고 옆지기가 춤을 춘다.
아마도 기분좋게 한잔되신게 분명타
다른날 같았음 술 마셨다고 궁시렁궁시렁 잔소리 늘어 놓았겠지만
점심 식사하며 소주 한병 더 사서 드시게 했더니
억수로 기분 좋아 하신다.
그 덕분에 내가 운전 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