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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2㎞ 더 청도쪽으로 내려가면 꽤 좋은 전망을 가진 창이 달린 다강산방(茶康山房) 입구가 보인다. 맘에 드는 건 올 수 있는 사람만 오도록 굳이 우람한 간판을 붙이지 않았다는 사실. 이주강씨가 각을 한 현판 하나가 길가 전주에 목걸이처럼 걸려 있다. 거기서 산방까지는 51m. 꽤 운치가 감도는 길이다. 습기 가득한 우기에 오면 계곡에서 올라오는 물이끼 냄새와 대숲 바람이 이 언저리를 별천지로 만든다. 별로 망가지지 않은 울퉁불퉁한 폭 2~3m 남짓한 오솔길이 방문객의 호기심을 설렘으로 확 바꿔놓는다. 대숲 터널을 지나면 대동골 계곡 물소리가 반갑게 인사한다.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 도무지 겨울답지 않은 겨울. 반팔이 어울릴 정도로 봄기운이 완연한 날 산방을 찾았다. 이 산방은 1999년 문을 열었다. 여긴 먹거리보다 볼거리·얘깃거리가 많다. 외딴 산골 버전으로 살아가는 김재호·기종희 부부의 삶 자체가 늘 화젯거리. 불콰한 화법, 말을 잘 삭이지 못해 늘 돌출 동선을 날리지만 야생화 얘기만 나오면 금세 눈망울이 초롱거리는 남편이다. 무명초 향기가 나는 아내는 그런 남편을 잘 내조하면서도 대외적으론 활화산 같은 일을 만들며 살아간다. 젊었을 땐 플루트를 불고, 피아노도 쳤다. 요즘은 야생초 여인으로 살아간다. 다음 카페 야생화 동호회를 관리하는 시삽으로 벌써 이 계곡에서 세 번째 계곡 음악회을 열었다. 전통차를 팔고 있지만 영 재발라 보이지 않는다. 계곡 옆에 바짝 붙은 산방의 1층은 야생화 보관 창고다. 이날 목적지는 계곡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2층 구석 통유리창 옆 자리. 이 산방의 명물 에피타이저는 튀긴 콩. 거기에 철마다 반짝 떠오르는 제철 다식도 잘 꾸며 쟁반에 올린다. 가을엔 적당히 물든 감나무 이파리 위에 고구마, 홍시, 밤, 땅콩, 기분 좋으면 근처 떡집에서 사온 콩고물 넉넉하게 묻은 쑥떡을 깍두기 크기만큼 잘라 담아낸다. 다실 곳곳엔 신생아의 손가락 같은 야생화를 품은 도자기가 방실거리고 있다. 누가 그 이름을 모르면 아내가 다가가서 소상하게 알려준다. 오른편 통유리창 밖으로 바위투성이 계곡과 바위에 붙은 덜 녹은 큼지막한 얼음이 묘한 울림을 준다. 몇년 전 태풍 매미 급습 때 집이 떠내려갈 뻔 했다. 그래도 24시간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이 좋단다. 이날 청도산 곶감을 꽃처럼 오려 잣을 박아 냈다. 바깥주인 김재호씨의 원색적 화법이 늘 좌중을 웃긴다. 꽤 귀한 야생초인 설악산의 털진달래, 솜다리, 야고도 갖고 있다. 만개한 주황색 장수매, 딱 한 개만 꽃을 피운 평자나무를 쳐다보면서 녹차를 마신다. 맞은 편 벽 액자 속 글귀가 자꾸 눈에 밟힌다. 청어무성시어무형(聽於無聲視於無形). '죽은 부모의 목소리와 모습을 들으려 해도 보려해도 그럴 수 없으니 평소 효도를 하라'는 의미를 가진 예기(禮記)의 한 대목이라고 바깥 주인이 알려준다. (054)373-5767 |
출처 : ㅎㅏ얀 그ㄹ ㅣ 움 ㅇ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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