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

눈물의 파김치

착희 2011. 4. 3. 12:03

마당에서 야생초 손질하고 있으니

대문밖 다리에서 할머니가 손짓을 한다

하던일 멈추고 가보니

"파 물줄 알면 따라온나"

 

할머니는 매일 밭을 가실때면 우리집앞을 지나신다.

가끔은 약단술도 주시고

각종야채도 건네주신다.

그리고 어설픈 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으신다.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손님을 기다리는중이라

할머니의 밭까지 가기가 좀 그랬지만

옆지기가 있으니 전화하겠지 싶어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약1KM쯤 되는 산책길을 걸어가며

할머니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우리딸이랑 비슷하겠다 몇살이고?"

"마흔아홉예"

"우리 막내보다 쪼매 덜 묵었네"

"할머니는 연세가 얼마예요?"

"팔십둘이다 마이무제"

"정정하시네요 그만큼 안 보이세요"

주절주절 ~~

할머니는 이남이녀를 두셨는데 큰아들은 어디사장이고 둘째아들은 어디사장이고

마을에서 장사를 해서 밭도 사고 논도 사고 하셨단다.

"혼자서 자식 뒷바라지해서 성공시키셨네요. 흐뭇하시겠어요"

그렇게 이야기 들으며 도착한 할머니밭

 

동향으로 자리잡은 오백여평의 밭은

뒤는 산이고 앞은 탁 트인 언덕위에 자리해서 따스한 햇살이 가득했다.

"어머나 속이 시원하네요. 할머니 전망이 너무 좋아요"

"오리도 비고 덕산도 비제"

밭 중앙 따스한 햇살 받으며 묘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세요?"

"저 누버있어도 정없다"하시며

살아 생전 할아버지와의 살았던 이야기를 잠시 들려주신다.

80평생을 그 잠시의 대화속에 어찌 알수 있겠냐만은

웃고 울고 자식낳고 키우며 살다보니 이렇게 후딱 80이 넘었다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왠지 눈물이 났다.

그분의 삶이 슬퍼서가 아니라 후딱 지나버리는 삶이라는게 슬퍼서...

 

할머니 그만예 그만예 몇번이나 하면서

대파도 당파도 가득 들고 돌아오는 산책길에

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내 맘이 슬퍼서일까 ...

할머니의 따스한 말 한마디 정 가는 손길하나 하나에서

엄마의 정이 묻어나서일까...

그냥 뭉클한 맘에 눈물이 났고 난 그냥 울었다.

집앞쯤 오니 한결 맘이 차분하고 편안하니 기분이 좋았다.

 

호미를 들고

우리 텃밭에 할머니의 정을 심었다.

 

 

한참을 눈물 흘리며 다듬었다

내 맘이 슬퍼서가 아니다

아까와는 다른 눈물

파가 눈물을 흘리게 했다 매워서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오목한 볼(뿌리부분이 좀 더 저려지게 하기때문)에 뿌리를 아래로 가게한 다음 가재미액젓을 한컵 뿌려준다.

그리고 가끔 뒤집어 가며 골고루 절여지게 한다.

완전히 절어지면 맛이 없으니 30분쯤 절이면 적당하다.

 

 

절여진 파를 건져내고

그 가자미액젓에 울 옆지기가 좋아하는 짙은향의 꽁치생젓을 두스푼 넣고 까나리액젓 한국자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찹쌀풀과 고추가루 한국자 새우젓 한스푼 깨소금 한스푼  매실액기스 두스푼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한번 먹을 분량을 양념장에 담군다음 돌돌 말아 차곡차곡 담는다

 

 

 

좋아하는 김치중 하나인데

정이 가득 담긴 파김치이니 더 맛있게 먹고 건강해 질것 같다.

할머니 고마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