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여정

유리성에서 달빛을 만나고 남해한바퀴

착희 2011. 4. 22. 00:19

 

남해 바람흔적미술관 게스트하우스엔 유리성이 있다.

 

지난번 그 유리성을 방문했을때

빙 둘러가며 산벚꽃이 있었다.

 

달빛이 고운날 산벚꽃이 가득피면 너무 아름답겠다는 생각에

친구랑 꼭 와서 자자고 약속을 했었다.

 

4월 19일 화욜은 쉬는날

음력으로는 18일밤이 16일이니 달빛이 좋을때이다.

 

산벚꽃도 피었다 하고

친구랑 룰루랄라 여행길에 올랐다

 

 

사천ic에서 삼천포대교로 가는길이 4차선이 완공되어 남해가는길이 훨 빨라졌다

 

이런얘기 저런얘기

쉴틈도 없이 재잘거리며 달리는중에도

눈은 늘 창밖을 내다보며 봄날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가 나타나며

하늘에서 먹구름사이로 빛이 내린다.

 

와~~~멋있다 세울수 없나?

응 당연히 세워야지 조금 더 가서 세울께

 

친구랑 안전한 곳에 내려 함께 사진을 담는다.

 

 

친구랑 함께 하면 이야기가 즐겁다.

말솜씨가 좋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웃을일도 많고

야생초키우는거랑 사진 담기를 좋아하는거랑

좋아하는것도 비슷해

함께 하는 여행이 지겹지가 않다.

 

삼천포대교를 멀리서 보니 노란색 물결이 가득하다

유채꽃이 가득 피어서 이다.

 

바람이 추위를 느끼게 했지만

구름사이로 숨바꼭질하는 순간의 변화를 잡으려고

뛰어 다니느라

추위도 잊게 한다.

 

 

창선을 지나 물건리를 가기전 우측에

자연횟집이 있다.

그집은 메뉴가 있어도 메뉴가 필요없나 보다

알아서 내 오는 음식이 푸짐하다.

뽈락매운탕,뽈락구이,피조개회,갓김치,김치,두릅과 음나무 나물,해물무침.....기타등등

신선하고 제철음식으로 한상 차려내는데 너무 맛나다

앞으로

친정언니가 차려주는 밥상인듯 하니 다음에도 지날때면 들리게 될것 같다.

 

그집 벽장식이다

 

 

드디어 찾아간 유리성

뽀족하게 피라미드처럼 유리로 만든 집이다.

 

사실 유리성은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다

화장실도 없다.

 

그러한

불편함은 감수해야 마땅하다.

 

누워 하늘의 별을 헤아리고

달빛을 받으며

새소리 바람소리 듣고

갓 태어난 푸르른 새순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어느곳에서나 취할수 있는 마음의 호사가 아니니까

 

비가 온다는 소식에 달빛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달도 별도 우리를 기다린듯 하늘 그자리에 있다.

 

그 성에 있는 천체만원경으로 하늘을 본다.

토성을 찾았다.

작은별에 고리까지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귀엽다.

 

그리고 눈으로 보는건

 

반짝이는 별

흐르는 구름사이에서 빛이 나는 달

바람에 흩날리는 연둣빛 잎사귀

잎과 함께 지고 있는 산벚꽃

 

밤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이 아니다

밝게 보일때 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있었다.

 

친구랑 그 모습 담기를 몇시간

하지만 절대로 담을수 없었던 기계의 눈

 

 

에궁...기계의 한계를 느끼며

 

다구를 펼쳐 차를 기울인다.

 

오늘의 차는 매화차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물고문은 사절이다.

 

찻잔에 매화 하나 띄워 그 향에 그 분위기에 취하니

이태백인들 부러우랴

 

 

그리고 자리에 누워서도 한참을 이야기한다

그러다 이야기를 채 끝맺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잠속으로 빠져든다

 

새소리에 눈을 떠 보니

해가 산위로 쏫아 올라 눈이 부신다.

 

이미 햇빛을 담아서 올라오기에 아침 일출은 접어야 했다.

 

지난밤 어렴풋한 달빛에 이쁘다 했던 산벚꽃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에 꽃비 내리기도 하고

새들이 와서 앉기도 하고

그 새들을 담아보려고 애쓰지만

부산스런 그 꽁무니를 따라다닐수가 없다.

 

 

 

바람흔적미술관을 나오면

내산리 마을에 유채꽃밭이 있다.

 

그 유채꽃이 아름답다지만

이때는 산을 바라봐 주어야 한다

아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푸른빛 물감으로 가지가지 색을 칠해 놓은듯한 나무들에 반하여

자연의 신비 인생의 무상함 계절의 신속함

이야기의 주제가 인간의 외소함으로 전개되어 진다.

 

너무 아름답기에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인간임을...

 

 

아점으로 어제간 자연횟집을 가려하니 장을 가셨단다

 

그래서 미조해수욕장 방향으로 한참을 달려 일출식당에서 멸치조림을 먹는다

 

배가 고팠나 보다

밥이 약간 적은듯 하지만 그게 속이 더 편할것 같아 그만 먹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아까 봐 둔

독일마을뒤 원예예술촌 입구에 있는 커피집에서

향이 좋은 아메리카노를 음미하고

 

남해의 평온한 바다를 끼고

그림처럼 펼쳐진 아기자기한 마을과 들을 지나

작년에 함께 했지만 만개하지 않았던

두모마을의 유채밭을 찾았다.

 

그때보다 유채를 덜 심은듯 비어있는공간이 많았다.

 

 

 

눈에 가득 노란색을 담고 달리니

울긋불긋 듈립이 가득한 장평 소류지가 나타난다

 

온갖 다양한 색으로 심겨진 듈립수만큼 사람도 많다

 

그속에서 뜻하지 않게 아는이도 만나고

그녀가 사준 국화빵에 정도 나누고..

 

 

 

남편과의 여행길은 편안함이라면

친구와의 여행길은 여유로움이다

 

남편과의 여행길은 조용한 명상이라면

친구와의 여행길은 쉼없는 재잘거림이다.

 

 

지난번 아는이들과 함께 간 망운산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망운산 송신소까지 난 좁은 산길을 달린다

 

연둣빛 터널속을 달리니

마음 또한 연둣빛 설레임이다.

 

 

망운산 정상엔 사방 탁 뜨인 남해 바다와 산들이

발아래 있다.

 

그리고 피지 않은 철쭉이 가득하다.

그 철쭉이 피면 꽃천지가 될 이곳에 꼭 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5월 그어느날..

 

 

산정상아래

망운암이 있다.

큰 나무가 입구에서 반긴다

잠시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진달래가 핀 산사의 풍경을 담아 본다.

 

 

남해의 서쪽해안을 돌아 달리는중

저 멀리 큰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차를 잠시 세워 찾아갔더니

500여년동안 그자리에 터를 잡고 있는

천연기념물 갈화리느티나무이다.

 

겨우 백년도 살지 못할 우리가 우러러 봐야 할...

 

 

서쪽 해안을 달리니

해가 따라 달린다.

그것도 아름다운 색으로 변신을 하면서...

 

 

꿈결같은 남해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중

배꼽시계가 때임을 알린다.

 

네비에게 진주 천황식당을 가자고 했다.

 

80년 전통의 비빔밥과 불고기를 맛나게 먹고

 

어두운 밤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다.

 

또 한페이지의 추억을 만들어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나의 보금자리에서 잠을 청해 여행의 피로감을 걷어낸다.

 

또 어디론가 떠나고픈 꿈을 꾸면서....